Mirage ; Wall
분류 : 영화적 건축 프로젝트
튜터 : 박진택, 김현수
Classification : Cinematic Architecture Project
Tutor : Park Jeantaek, Kim Hyunsoo
이제까지의 벽은 경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경계를 없애는 방식으로의 새로운 벽을 제안한다.
벽을 새로운 공간성과 장소성을 만드는 도시건축적 요소로 사용하여 고립된 한남동 외인아파트의 숨겨진 벽을 드러내어 상징화 한다. ‘도시건축적 요소’라는 말은 벽을 도시구조의 기반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벽이 만드는 공간성 그리고 벽이 물질로서 가지는 상징성을 부여함을 뜻한다.
1977년 이래로 한남동의 외인아파트단지는 미군과 그들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벽이 둘러쳐졌고, 포함된 지역과 제외된 지역을 만들었다. 하여 이 도시의 요소들은 신기루(단지내 건물), 보이지 않는 것(벽), 포함(단지내영역), 배제(단지외영역)으로 읽힌다. 포함/배제, 신기루, 보이지 않는 벽이라는 요소들을 다시 벽이라는 요소로 환원시킨다.
‘한남외인아파트는 80년도에 저층 6개동, 81년도에 g동 h동, 82년도에 나머지 2개동의 입주가 완료되었다. 2014년까지 33년차 임대가 되어있던 상태였다.'
영화는 벽의 존재성과 벽의 경계지음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벽이 만드는 공간과 상징의 잠재력을 탐구하고, 새로운 벽을 만든다.
벽은 도시 내에서 잘게 잘려져 있다. 벽과 맞닿아 있는 건물군 혹은 관목 레이어 등에 의해 벽은 잘려져, 나타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벽 다음으로 두르고 있는 것들은 도시조직 속의 길과 건물 군이다. 그로 인하여 우리는 단순히 길을 따라 a에서 b로 이동하는 순환체계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벽을 따라서 걷게 되는 장면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현상의 시발은 길로 이루어진 도시조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현상에 기반하여 벽은 물질적 힘을 잃고 보이지 않는 벽으로 우리에게 인식(비인식)된다.
“if traditionally a city is made of walls and streets, the modern city has been increasingly shaped by circulation. It is precisely this tendency that has reduced the richness of the experience of moving from place to place.
Circulation does not simply move bodies, but subtly forces them to follow predefined trajectories.
Everything that exceeds these points of departure and destination is nullified by our compulsion to flow within given channels.”
, Pier Aureli
높이 제한 건축법규가 있는 한남동 내에서 외인아파트단지는 미국 영내로 취급되어, 어떤 건물보다 높이 솟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남동의 어느 곳에서도 이 건물, 굴뚝은 눈에 띤다. 벽은 그것들에 가까이 갈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벽과 건물의 관계로 인하여 건물은 우리에게는 신기루가 되었다.
우리는 그것이 신기루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상징으로서의 아파트만을 보고 높이 솟은 그것에 시선과 인식이 빼앗겨 다가가게 된다. 이 말은 상징이라는 것은 그것이 신기루이든 아니든 간에 도시경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며, 그로 하여금 사람들의 인식을 만들어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벽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은 벽의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요소일 수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선상에 있는 명제는 아니다. 벽은 어떠한 공간성을 만들어 내어, 그 앞에서 현상을 이끌어낸다.
“This city made of walls reintroduces a spatiality in which movement is liberated from the predestined trajectories of streets. Streets and roads are what connects but also what prevents the space of contract. This prevention is achieved by the managerial nature of streets; streets do not force movement, but enable it. In this way, streets introduce a much more subtle way of inducing bodies to move following predefined spatial organizations.”
Pier Aureli
이 땅은 사람들을 50년간 배제해왔다.
가장 순수한 의미로는 땅을 되찾는 과정이 프로젝트의 자체가 될 수 있다.
외인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을 연장시켜 50년이상이 걸리도록 시스템 구축을 한다.
철거과정 중 사용되는 스케폴딩은 새로이 제안되는 mirage; wall의 벽 구조프레임이 되고, 철거 중 나온 폐콘크리트는 한켠에 모여진다. 이곳에 방문한 방문객들은 세워진 벽 구조 안에 폐콘크리트를 손으로 들고 던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기루였던 아파트는 점차 사라지고, 비어있는 구조프레임이 세워진다. 그리고 그 프레임안은 신기루의 잔재인 폐콘크리트가 채워진다.
기존의 벽에 의해 벽 너머의 오브제들은 신기루가 되었다.
벽 자체가 도시의 신기루가 된다면, 벽이 만드는 공간성과 장소성은 다양한 스케일에서 건축화 될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벽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존의 아파트와 굴뚝으로 일컬어지는 물체들은 들어갈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함으로써 상징으로 기능함을 넘어 신기루로 정의되었다.
이 신기루가 사라지고 벽이 그만큼의 높이와 크기로 솟아 세워진다면, 벽은 이 도시의 상징이 된다.
사람들은 이 상징은 어떤 기능을 가진 것인지 알아챌 수 없을 것이고, 어떤 연유에서 세워진 지를 알 수도 없을 것이다. 벽은 그것의 물질성 이외의 것들이 사라지게 된다.
도시의 상징이 된다는 것은 도시의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식을 심는다는 뜻이다.
외인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진 77년부터 새로운 벽이 세워지는 순간까지의 이 곳에 대한 기억은 이로인해 간단히 치환된다.
서울 한남동에 지어진 경계와 그 영역은 미군부대에 종속되었던 것이다. 포함/배제의 관계를 만들었던 단지는 이 벽으로 기억된다.
기존의 벽은 도시의 구조를 이루는 기반은 아니었다. 현대 도시의 구조를 이루는 기반은 길이다.
새로운 벽이 길에 반하여 도시의 기반이 된다면 우리는 순수히 벽으로 결정지어진 공간 속에 있게 될 것이다.
벽으로 만들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벽만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차원이다.
이 벽은 경계를 없애기 위한 벽이며, 동시에 기억하기 위한 벽이다.
기억이란 것은 지나간 것에 대한 현재의 심상이다. 이 기억의 매체를 만질수 있고 다가갈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현재이다. 기억하기 위한 거대한 벽에 우린 다가갈수 없다.
경계는 포함/배제의 관계를 느낄 수 있는 그 모서리를 뜻한다. 만약 큰 벽이 우리가 다다를수 있는 벽이라면 그 벽에 구멍이 뚫려있더라도 그것은 경계로 읽혀질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큰벽은 보이지 않고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드러서게 된다. 그 공간은 기존의 도시에서는 없었던 현상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므로 다가갈수 없는 큰벽(상징)은 신기루로 존재하고, 작은 벽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경계를 허문다.
그리고 이 현상은 의미를 담은 긴 시간성을 부여받아 (기존 건물의 철거과정과 mirage;wall의 구축 내러티브) 이루어진다.